나는 운전을 좋아하지 않았다. 실은, 지금도 그렇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자동차라는 것은 내게 있어서 운송의 수단일 뿐이고, 흔히 사람들이 농담조로 말하는 것처럼 비용이 좀 더 드는 신발 정도로나 생각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30대가 되어 미국에 와서야 처음으로 구입한 차는 Mazda Miata였다. (Madza MX-5, Eunos Roadster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아타는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된 적이 없어서 많이 알려진 차는 아니지만 (보통 차를 좋아하는 사람이거나 Initial D 때문에 알고 있더라), 미국에서는 80년대 말-90년대에 보급형 스포츠카라는 시장을 개척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포츠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모델이다. 소형 자체에 가속 패턴도 독특하고, 여러모로 재미있는 자동차.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 나는 이때까지 자동차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이었다. 지인이 우연히 자신이 사는 동네에 누군가 길에 중고차로 팔겠다고 노트를 붙여놓은 것을 보고 (미국에서는 흔히 이렇게들 합니다) 내게 추천해주었던 물건이었다.
필요에 의해 차를 구입해야 할 상황이었으므로 당연히 실용적인 측면을 고려하고 차를 구입했어야 했지만, 차 실물을 직접 보니 귀엽기도 하고 확실히 재미있어보였다. 이렇게 적긴 했지만, 아마 순간적인 변덕이었던 것 같다. 20대 내내 나의 삶은 생계 유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고, 자동차를 소유한다는 것은 감당할 수 없는 여유의 범주에 있었다. 막상 차를 구입해야만 하는 상황이 되고 보니 그러한 경험이 반동이 되었던 것인지, 작아서 주차가 편하다는 장점 외엔 정말 실용성이라고는 전혀 없고 까딱하다 사고라도 났다 하면 큰일날 차를 덜컥 사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이 차와 함께 만 6년을 보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어렵지만, 이 차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은 나라는 개인이 선택하지 않을법한 요소들 뿐이었고, 그러한 요소는 확실히 내게는 강렬한 경험이 되었다. 평소의 나라면 이 차를 구입한다는 결정은 절대 하지 않았을 종류의 것이었다. 하지만 이 차는 다른 차를 골랐다면 영영 할 수 없었을 경험과 개인적인 인연을 가져다주었다. 깨질 것처럼 쨍한 햇볕과 바람을 몸으로 받으며 달리던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 US 101번 도로에서 어른거리며 흘러가는 불빛들을 낮은 시선으로 멍하니 바라보던 새벽은, 이제는 차를 처분한 지금도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
그래서 어쩌면 별 상관없는 결론이지만 - 현재의 자신이라면 절대 내리지 않을 법한 결정을 내려보고, 그걸 따라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굳이 해 보았습니다.